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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다녀보다

전통 정원 예송원

by 보너스하루 2023.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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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송원에 왔는데 리모델링중이네요

 

가을 나들이 끝에 예송원에 가서 차 한잔 마시고 정원구경하자는 어머니 말씀에 재빨리 네비게이션을 켜고 예송원을 찾았다. 내비는 순식간에 우리를 예송원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난번 오셨을 땐 주차장에 차가 많았다고 하는데 너무 한가하다.

두대의 차가 있어서 멋진 나무옆에 주차했다.

바로 옆에 넓은 바위와 소나무 산이 어우러져 멋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 그런데 예송원은  리모델링중이라 써있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고맙고,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는 말씀~ㅠ

 

역시 예송원 주인장

 

어쩐지 내비에 찍으면 즉시 나오는 유명한 곳인데 이리 한가할 리가 없는데,

아쉽지만 돌아서려다 문안쪽에 아저씨 몇분이 계시길래 빼꼼이 내다보며 

"쉬는지 모르고 왔는데 쉬는 날이라 아쉽네요" 말을 걸었다.

마침 사람좋아 보이는 주인 어르신 인 듯 한 분이 공사중이라 하시며

정원을 둘러보라면서 바로 앞 정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가르키며 잣껍질을 엊그제 새로 깔았다고 말씀하신다.

한주먹 집어들고 향을 맡아보니 향긋한 나무향이 난다. 귀한 잣껍질로 깐 길을  밟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며  이 곳에 

쏟는 정성이 지극하심을 알 수 있었다.

한번 와 보신 연로하신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는 곳이라 더욱 감사하다.

팻말에 여기 전시되어 있는 전시품 중 원하는 물건은 구입이 가능하다고 쓰여있다.

고개만 들어 바라보아도 구입했을 때는 많은 값을 주고 사 왔을 귀한 물건들인데 

수십년 세월동안 가꾸어오신 손 때 묻은 하나하나가 자식과 같을텐데 안타깝다.

난 예송원에 처음 왔지만 가족들은 모두들 다 와 본 터라 더 아쉬워한다.

 

예송원 돌아보기

 

다른데선 본적이 없는 커다란 맷돌과 소나무가 어울리게 배치되어 있고, 제주도에서 온 듯 구멍이 송송 뚫린 맷돌도 있다.

우아한 자태의 향나무도 오랜 연륜을 자랑하며 서 있다.

오래된 기왓장으로 장식한 소나무 둘레며  신기한 돌과 반짝이는 보석이 붙어있는 돌, 어떻게 이런 모습을 간직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신비한 모양의 돌, 오래 전 석공의 유려한 솜씨로 다듬어진 멋진 모양의 석물, 거북이 상 등등

넓은 나무판의 멋들어진 자연탁자에 핀 주황색 흰색 초록색의 단단해 보이는 버섯은 오랜세월 여기에 함께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재봉틀을 줄지어 세워 아래는 기와로 장식하고 위에 돌판을 얹어 전시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기한 모양의 기암괴석과 전국 각지에서 모아 왔음직한 보물들이  눈을 붙들었다.

갑골문자 모양을 한 돌도, 마치 나무에 붙어있던 버섯뭉치가 돌이 된듯 기이한 모습의 돌도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금 올라가니 수많은 항아리들이 줄지어 서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딱 봐도 귀한 항아리들의 모음이다.

옹기의 오묘한 색과 무늬, 세워 둔 줄이 만들어내는 질서정연함과 푸른소나무와 파란 하늘에 흰구름까지 완벽한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바라보다 사진을 찍는다. 아 사진찍는 기술이 좋았으면 이 아름다움을 담아 간직할텐데~

귀한 나무들을 가꾸고 어울리게 배치하는 손길 하나하나가 정성이고 커다란 비용이 들어갔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 시대를 보여주는 익숙했던 물건들

 

항아리 정원을 돌아 내려오니 귀한 그림들과 어릴적 보았던 물건들이 추억을 소환한다.

옛날빙수기, 나무로 만든 오토바이,  의자들 학교에서 울리던 다양한 모양의 종

형형색색 신기한 모양의 수석들, 연등과 오랜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고목나무

 

발동기가 소환한 가래떡

 

옛날 발동기라 쓰여있는 오래된 기계를  보면서, 어릴적 동네 방앗간에서 넓은 밧줄이 빠르게 돌아가고 커다란 소리에 기름냄새를 풍기며 돌아가던 웅장한 기계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뽑아내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속으로 떨어지는 가래떡을 잘라 주시면 얼마나 맛있었던지 지금도 가래떡을 보면 군침이 돈다.

이 글을 쓰면서 깨달은 점은 내가 가래떡을 좋아하게 된 시작점이 바로 그 방앗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위험한 기계라 어린아이들의 접근이 금지되어 었었는데, 어느날 목도하게 된 무서운 기계에서 끊임없이 나오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말랑말랑한 하얀 가래떡~!

그 훌륭한 맛을 나는 지금도 사랑한다.

떡집에 가래떡이 새로 나오면 지나쳐 올 수가 없다.

 

다듬이탑이 던져주는 물음

 

귀한 다듬이를 모아 정성으로 쌓아 올린 탑과 어울리게 서 있는 소나무를 보며

이 수많은 다듬이에 담긴 수고로움과 가치를 생각해본다.

다듬잇돌을 모아오는데 들인 비용이 엄청났을 터인데 우리는 그냥 돌탑으로만 본다.

우리는 많은 곳에서 이 다듬이탑이 의미하는 가치를 놓치고 있을 것이다.

예송원이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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